5. 성격과 발달(청년기까지)계속-청소년기
5. 성격과 발달(청년기까지)-계속-청소년기
5. 청소년기의 정체성 확립
청소년기는 제 2의 性徵에 따라 심신 모두 현저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성숙하지만 경제적인 면 등에서는 자립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정신적으로도 아직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시기입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가?’ 등을 자신에게 물어 가면서 진로나 직업의 선택 등을 하는 시기입니다.
에릭슨(1959)은 생애발달의 관점에서 인간의 일생을 8개의 스테이지로 나누고 각 스테이지에는 체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유의 과제가 있다 라는 발달단계설을 주장했습니다. 이 발달단계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기의 발달과제로 정체성(identity)의 발달에 관한 이론은 청소년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자기 존재의 동일성과 독특성을 지속하고 고양시켜 나아가는 자아의 느낌(sameness & continuity)’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일성(sameness)은 통합된 감각입니다. 그리고 연속성(continuity)은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시간축 가운데 자기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라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여 정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노력을 하여 교사가 되었다고 합시다.
스스로 교사로서 노력하면서 의욕과 충실감을 얻고 또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도 존경 받고 인정받거나 하면 교사로서의 작업정체성을 가질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스스로 통합성이 있고, 자신의 행동은 과거부터 미래로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을 느끼고 나아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자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Mutou(1966)는 정체성이라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자기정의, 또는 자신은 이 사회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 하는 실감, 존재의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참고] 에릭슨(Erikson, E.)은 자아 정체성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로서의 나' 사이의 통합 의식이다. 사회적 존재인 개인이 다양화 사회 집단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에 다른 역할들 간에 통합된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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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Marcia, 1966)는 정체성의 상태를 자기 나름의 목표와 신념에 기반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Commitment와 이 Commitment에 회의를 가지거나 다른 가능성을 검토 했던 경험, 즉 Crisis의 체험 유무에 따라 4개의 정체성 상태(identity status)로 구분하였습니다(아래 글 참조).
[참고] 청년기 자아정체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Marcia의 정체성 지위(identity statuses)에 관한 연구 (Marcia, 1980,1988)의 틀 위에서 이루어졌다. 정체성 지위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정뿐 아니라 정체성 형성수준의 개인차를 함께 진단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정체성 지위는 아래와 같이 정체성 탐색의 위기를 경험 했는가의 여부와 주어진 과업에 관여하는가 여부의 두 개 차원의 배합에 의해 결정된다. ‘위기’란 자신의 현재의 상태와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여러 대안적 가능성들을 탐색해보는 과정을 뜻하며, ‘관여’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과업에 신념을 가지고 몰입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 정체감 혼미, 분산(identity diffusion): 위기 ∆ or X, 관여 X
이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은 삶의 목표와 가치를 탐색하려는 시도를 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생애를 계획하고 설계하려는 욕구가 부족하며, 관념에 대한 관심이 낮다. 이들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없거나 부모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고, 자아존중감이 낮으며, 흔히 혼돈과 공허감에 빠져있다. 정체성 혼미는 청년초기에 가장 보편적이지만 정체성 혼미는 정체성 탐색과정의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며, 그대로 방치해두면 부정적 정체성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 정체감 유실, 압류(identity foreclosure): 위기 X, 관여 0
충분한 자아정체성의 탐색 없이 지나치게 빨리 정체성 결정을 내린 상태를 지칭한다. 이 지위의 청년들은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확립하고 몰입한다. 이들은 흔히 부모가 기대하거나 선택한 생애과업을 대안적 가능성의 검토 없이 수용한다. 다른 지위에 비해 사회적 인정의 욕구가 강하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생애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으며,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부모의 과업을 물려받거나, 일찍 결혼하여 안정된 가정을 꾸려나가는 청년들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된다. 이들은 청년기를 매우 안정적으로 보내는 것 같으나, 성인기에 뒤늦게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정체감 유예(identity moratorium): 위기 0, 관여 ∆ or X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대인들을 탐색하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러 구체적인 과업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지위에 속하는 청년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색한다. 유예기의 청년들은 안정감이 없으나, 많은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흔히 부모와 또래관계에 있어서 애증이 교차하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에 민감하고 잘 식별해낸다. Erikson과 Marcia에 의하면 정체성 유예는 정체성 성취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도기적 단계이므로 혼미나 상실보다는 앞선 단계이다.
- 정체감 확립(identity achievement): 위기 0, 관여 0
이 단계는 네 개의 정체성 지위 중 가장 앞선 단계이다. Erikson 이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체성이 성취된 청년들은 삶의 목표, 가치, 직업, 인간관계 등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대안을 탐색했으므로 확고한 개인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 부모를 포함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안정되어 있으며, 자아존중감이 높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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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있어서 진학이나 취업이라고 하는 커다란 삶의 방식 선택은 망설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유예적인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해 가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정을 미루면서 정체성 혼미, 분산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릭슨은 정체성 분산의 특징으로서 6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친밀함의 문제: 소위 대인불안이 나타난다. 대인관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2) 시간적 전망의 혼미: 청년기가 지연되거나 연장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간체험’에 극단적인 모습으로 장애가 나타나는데 그 가벼운 것은 청년기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에 속해 있다. 이 시간체험의 장애는 위험이 절박해 있다는 절박감과 생활 차원으로서의 시간의식의 상실로 성립되어 있다. 청년은 어린 아기처럼 느끼기도 하고 회춘한 노인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 경우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는 더 이상 안 된다”거나 ‘죽어버리고 싶다“는 절망감을 나타낸다.
(3) 근면함의 분산: 근로감각의 붕괴는 주위로부터 주어진 또는 지시된 과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한편, 독서과잉과 같은 일면적인 활동으로 자기파괴적인 몰입이라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4) 부정적 동일성의 선택: 자기 가족이나 가까운 공동체로부터 적절하고 바람직한 것으로서 제공되어 있는 역할에 대해 경시, 증오를 갖는데, 가장 바람직하지 않는 또는 위험한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예컨대, 폭력집단에 동일시하거나 그 역할에 기초를 둔 정체성—즉, 부정적 정체성—을 선택한다. 흔히 비행청소년 가운데서 많이 발견된다.
(5) 동일성 의식의 과잉: 내적 욕구와 냉혹한 외적 욕구에 끼여 역할 실험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될 때 동일성 의식(자의식)의 과잉이 나타난다.
(6) 선택의 회피와 마비: 모든 결정적인 선택이나 자기정의를 회피하고 언제까지나 판단을 유보하여 자유로운 선택의 위치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소위 대학생 무기력증(student apathy)이다.
Okamoto(2002)는 정체성 탐색과 달성은 청소년기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인기 이후도 많이 관찰되는 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정체성은 청년기에 한 번 달성하면 그대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승진, 전직, 퇴직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새로운 모색과 재 확립을 반복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은 전 생애에 걸친 과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성인기까지의 발달과 성격: 마무리
신생아기에서 청소년기까지의 행동특성 개인차 내지는 나이에 따른 변화를 알아 보았습니다. 기질은 본인의 행동 개인차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주위로부터 다른 체험을 이끌어낸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초기부터 기질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약해 지기도 합니다. 기질이 그대로 장래의 정체성을 예측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본인의 기질 영향을 받지 않는 정체성 형성도 없습니다. 유소년기의 자신의 행동특징을 현재의 자신 행동특징과 비교해 보면 자신의 기질 특징, 나이 듦, 경험의 축적에 따른 환경의 영향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자신의 희망 직업, 자신의 자질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때 힌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이해의 깊이는 자아정체성이라고 하는 자기 존재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